"장마피해 복구 손도 못댔는데…또 태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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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남자원봉사센터 조회 2,899회 작성일 21-02-15 17:37본문
"장마피해 복구 손도 못댔는데…또 태풍이라니"
전남북 수해마을 가보니
곡성·담양등 침수 800여가구
"또 산사태 날까봐 잠이 안와"
제방 무너진 섬진강 용전마을
임시로 흙더미 쌓고 천막 덮어
주민들 "이제 청소 끝냈는데
태풍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
"장마 피해 복구는 시작도 못했는데…또다시 태풍에 맥없이 당할까 봐 잠이 오지 않아요."
25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초강력 태풍 `바비` 북상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장마 때 입은 수해 복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강한 비바람으로 2차 피해가 우려돼서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7일 300㎜에 달하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주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복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현장은 사고 당시 그대로였다. 마을 주변은 거대한 흙더미에 뿌리째 뽑힌 나무와 쓰레기 등이 뒤엉켜 있었다. 급한 대로 포크레인 1대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물길을 내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주민 김준호 씨는 "산사태가 난 그대로다. 복구는 하나도 안 돼 있다.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리면 또 산사태가 날까 봐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산사태 피해를 가까스로 피한 주민도 "상황을 봐야겠지만 아무래도 대피해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봉사활동 인력마저 크게 줄면서 복구에 속도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허강숙 전남자원봉사센터장은 "곡성과 담양 등 800여 가구가 장마로 인해 침수돼 도배·장판이 시급하다"며 "아직 복구를 마치지 못한 시설물도 있는데 태풍까지 온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마을 입구에서 3㎞가량 떨어진 야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도로 통행을 위해 임시로 흙을 포대에 담아 쌓아놓은 게 전부였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그물망 등도 없었다. 김형수 곡성군 산림보호팀장은 "일단 마을 소로를 정비해 응급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태풍 피해가 예상되면 마을 주민들을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수중 도시`로 변했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주민들도 추가 피해 걱정에 전전긍긍했다. 섬진강 제방은 임시방편으로 흙더미를 쌓아놓고 천막으로 덮어놓은 상태였다. 아직 복구되지 않은 침수 주택은 물론 노인복지센터 문짝이 모두 떨어져 나갔고, 농촌체험마을 건물은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멜론과 상추 등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등은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주민 김정동 씨는 "청소만 끝냈는데 또다시 태풍이 온다니 걱정이 태산"이라면서 "제발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장마 때 70가구에서 이재민 153명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청평5리 주민들도 아직 수해의 흔적을 씻어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아직까지 방바닥과 벽 등이 마르지 않아 도배·장판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살림은 마당과 옥상 등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태풍이 동반하는 비바람을 꼼짝없이 맞을 판이다. 일부 주민들은 가재도구 등을 친·인척이나 지인 집으로 급히 옮겼지만 집 안 습기는 대안이 없어 절망스러워했다. 주민 조명식 씨(57)는 "온종일 열풍기를 돌려도 방바닥이나 벽에 습기가 가득한데 태풍이라니 정말 막막하다"며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마을회관도 폐쇄돼 가 있을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